지난 글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던 동시에, 너무나도 아무 일도 없었다ㅠ_ㅠ
몰아쓰는 코로나 격리 한 달 반 근황!
1. 영어학원 계약해지
갑자기 찾아온 장기 휴가로 인해 감사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하던 격리생활 한 달 째 즈음,
매니저에게 또 전화통화를 하자는 메일이 왔다.
그 전에 첫번째 전화통화를 할 때에는 이제 잘리나보다 하고 좀 불안했었는데, 의외로 Government Scheme을 위해 준비중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 과정에 대한 레터도 받았던 터라 이번 통화는 그 과정에 대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편하게 받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전화가 계약 해지 통보 전화였다...ㅋㅋㅋㅋ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올해 학원 장사는 망했고 언제 다시 문을 연다는 기약도 없기 때문에 너네를 모두 안고 갈 수 없다고 했다.
이번 Government Scheme 급여 80% 정부 보상은 내가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고용주 측에서 신청을 해 줘야하기 때문에 그쪽에서 못해주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뭐 예상을 안했던 것은 아니고, 사실 나도 그 전에 계속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었기 때문에 올게 왔구나 했다.
매니저의 통화내용 중 Universal Credit이라는 기금을 알아보라고, 그건 너가 신청할 수 있는거라고, 하지만 Tier5(워홀비자)라 안될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Universal Credit은 우리나라 실업급여와 비슷한 개념인 듯 하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해봤는데, 이노무 나라 웹사이트 너무 개판이고ㅠ_ㅠ 본인인증을 무슨 사이트를 거쳐서 해야되는데 그게 안돼서 잡센터에 방문하라는데 거기도 문 닫은 것 같고 전화도 안받고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후 Universal Credit에서 전화가 왔다. 코로나 때문에 방문이 어려우니 전화로 본인확인을 진행한다고 했다. 언제 계약 종료됐는지, 집세는 얼마인지, 현재 잔고가 얼마인지 등 웹사이트에서 물어봤던 것들을 또 물어보고, 마지막으로 비자상태랑 뭐 이런거 확인하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상담원이 Tier5 비자 뒷면 Remarks 란에 혹시 뭐 적힌 거 있냐고 물어보길래 봤더니 떡하니 'NO PUBLIC FUNDS'라고 써있는 게 아닌가!?
상담원 아재가 흠.... 이러더니 너무 미안한데 우리 Public fund라서 아마 안될 것 같다곸ㅋㅋ 그치만 일단 진행은 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거기서 이 비자의 한계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고ㅋㅋ 정부 지원에 대한 모든 미련이 사라졌다.
매니저도 내 비자 얘기를 꺼내면서 위험부담을 질 수 없다고 얘기했었는데, 아마 이걸 얘기한게 아니었나 싶다. 정부에서 주는건데 왜? 하는 의문도 들었는데, 다른 회사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번 코로나 Government Scheme 급여 80% 보상은 먼저 월급을 고용주의 자비로 주고나서 정부에 그 내역을 제출하고 환급을 받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월급 먼저 줬다가 나중에 거절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듯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또 다시 백수가 되었다! 이제 익숙해진 백수기간ㅋㅋㅋ 다른 점이라면, 처음으로 환경과 타의에 의한 백수가 되었고, 지금은 일을 구할 수 없다는 것ㅠ_ㅠ 물론 마트나 테이크어웨이 식당, 구매대행 회사 등등 일을 하려면 할 수 는 있지만, 지금 이 시간을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아서 조금 더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2. 코로나로 인한 생활의 변화
초기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끼고 마트도 그냥 와글와글 들어가서 휴지, 파스타면 이런걸 사재기 하는 현상이 있었는데, 다행히 사재기는 금방 끝났다. 휴지도 꽉꽉 차있고, 파스타면도 넉넉히 있다. 이제 마트를 가려면 2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서 정해진 숫자의 사람 만큼만 들어갈 수 있다. 마스크도 꽤 많이 낀다. 길에 보이는 사람의 30% 정도? (이게 많아진 것ㅋㅋ)
식당, 영화관, 헬스장 뭐 이런 여가생활을 할 만한 곳들은 다 문을 닫았고 테이크어웨이 식당만 이용할 수 있다. 하루에 장보기 1회, 필수적인 운동 1회 외에는 외출과 모임을 금지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는데, 그걸 누가 셀 것이며 어떻게 증명하겠다는 건지ㅋㅋ
요새 날씨가 너무 좋다. 영국에서 짧고 예쁘기로 유명한 봄이 왔다. 공원을 가면 너무 예쁘다ㅠ_ㅠ 이상하게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거의 안낀다. 나는 꾸역꾸역 끼고 가지만 갈 때마다 마주오는 사람끼리 서로 의식을 하면서 멀찍히 떨어지고 이런게 뭔가 예전같지 않아서 불편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건 이 나라에 이런 예쁘고 널찍한 공원들이 많고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멀찍히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
같이 살던 룸메중 한 명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로 일하느라 바빠서 엄청 많이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친했던 친구라 보낼 때 기분이 묘했다. 가기 전에 맛있는거 만들어먹고 배웅해주고 돌아왔다. 우리 플랫은 이제 엄청 조용해졌다ㅋㅋㅋ
3. 파이썬
파이썬을 배우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파이썬 활용도가 높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꼭 배워봐야지 했었다. 영어학원 취직하기 전에 패스트캠퍼스라는 사이트에서 디지털마케팅 강의를 신청하면서 1+1으로 자동화 강의도 신청했었는데, 거의 몇개월을 방치해놓고 있었다.
이번에 갑자기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광고 아니고 딱히 추천하지 않음)
그러다 여러 유튜브 채널들을 알게 되었고 많은 정보를 얻었다. 사실 지금은 강의를 들으면서 코드를 받아적는 정도밖에 안되지만... 기초 개념들을 알아가는 것과 완전 무지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게되는 재미를 느끼고있다.
여기서 알게 된 친구 중에 1년 좀 넘게 독학으로 파이썬을 배워서 프로그램도 만들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알려준 codewars라는 사이트에서 문제를 풀어보고 있다. 낮은 레벨부터 고급 레벨까지 문제가 있고 많이 맞출수록 레벨이 올라가는, 게임같은 사이트이다. 풀다가 안되면 그 친구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혼자 짜증도 내다가 그게 딱 풀렸을때 우오오!! 희열 느끼고, 다른 사람들의 간결한 답을 보고 또한번 오오오오!! 하는 재미가 있다.
아직 이걸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는 감이 별로 안오지만, 좀 더 흥미를 붙여서 배워 볼 생각이다.
4. 사람들의 걱정, 안부 카톡
이건 코로나 락다운 초기부터였는데, 한국에서 걱정하는 카톡이 정말 많이 왔다ㅋㅋㅋ 부모님을 비롯해서 친구들, 회사 사람, 지인들 등등.
나는 남한테 걱정끼치는 걸 너무 싫어하고, 남이 내 걱정 해주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라, 초반에 그게 감사하면서도 은근 스트레스였다.
감사하게도 진심어린 걱정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일부의 카톡들은 "거기 다 죽고 난리났다며? 그냥 한국 와!" 이런류의 대책없이 던지는 카톡이나, "한국이 짱이야! 외국은 미개해" 뭐 이런류의 카톡들도 있었다. 요새 뉴스나 유튜브, 통계를 보면 어떤 생각인지 이해는 간다. 나도 한국이 조치를 잘 하고 있는 점이 자랑스럽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아프지 않기를 너무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인터넷으로 각국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고 알아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이전에는 연락 한 통 없다가 갑자기 영국에 관련된 무언가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대로 필터없이 쏟아내는 이런 무의미한 카톡들은 내 하루의 기분을 망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걱정되는 건 우리 엄마...ㅠ_ㅠㅋㅋㅋ 엄마는 아마 매일매일 인터넷으로 영국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영국에 자가격리를 하고 있으면 의외로 평화롭고 크게 걱정이 없는데, 엄마가 매체로 보는 영국 상황은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 보이겠지.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에 오면 안되냐, 열은 안나냐, 밥은 잘 챙겨먹냐 연락이 오는데, 그걸 안심시키려고 구구절절 매일매일 답장을 보내면서도 참 엄마한테도 못할짓이다 싶고 속이 상한다.
5. 고민과 일상생활
아무튼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었고, 앞으로에 생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간도 인생의 일부분이고, 다시 오지 않을 여유로운 시간임을 알고 있다. 미래가 어찌 됐건, 지금의 일상도 하루하루 기쁨과 보람으로 채우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지금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고, 그 정보중에는 잘못된 정보들과 과장된 정보들도 너무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감정을 거르고 사실만 받아들이려고 노력 할 것이다.
참 신기하다. 외국에서 이런 역대급의 말도안되는 상황들을 겪고있다는게ㅋㅋㅋ (역병이라니!?) 그로 인해 힘든 것들도 많지만, 그 덕분에 한국과 유럽의 문화와 생각차이를 몸소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사람들과의 관계, 나의 마음과 성격 그리고 내 인생에 관련한 여러 가지들을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겪어보기 힘든 좋은 경험인 것 같다.
일단 이 예쁜 날씨에 감사하고, 하루 하루 시간을 잘 써봐야겠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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