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한국에 오기로 결정했고, 왔고, 한국 도착 이후로 벌써 3주가 흘렀다!
마음의 정리와 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한국에 온 지금에서야 글을 쓴다.
1. 귀국을 결심한 계기와 과정
사실 여러가지로 고려해 봤을 때, 정상 활동을 하기 힘든 지금 같은 시기에, 그리고 유럽지역은 점점 코로나가 심해지고 한국은 점점 안정되어가고 있는 이시기에, 한국을 가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고민을 많이 했다.
우선 아직 6개월 정도의 비자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을 다 못 채우고 떠나야 한다는 점과, 또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 내 영어실력을 높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지금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늘었지만 딱 6개월 바짝 영어로 일하면 내가 생각했던 정도로 유창해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제일 큰 고민거리는 인간관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국에서 새로 맺게 된 인연들과 계획과 달리 일찍 작별해야하는 부분, 또 한국에 가게 되면 한국에 왔다는 이유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술마시고 어울려서 흥청망청 지내다 보면 내가 혼자 생각하고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질 것 같다는 걱정도 들었다.
아직 나의 마음을 정돈하고 방향성을 잡기 전에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고, 조급한 마음에 급하게 되는대로 인생을 살아버릴까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 높은 월세를 내면서,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보다 빨리 한국에 가서 부모님 걱정도 덜어드리고 싶었고, 나도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겨서 한국어로 배우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귀국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귀국 3주전에 티켓팅을 했고, 몇명의 친구들에게는 직접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일했던 학원에서 몇가지 서류를 받아오려고 센트럴에 간김에 런던아이, 템즈강, 공원을 마지막으로 걸어 볼 수 있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 공원은 매일매일 가서 산책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아무 실감이 안났다. 가끔은 그냥 빨리 한국에 가고싶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짐을 다 보내고 친구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펑펑났다.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을 잠시 후회하기도 했다. 번지점프 뛰기 직전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막 다 돌이키고 싶은 기분이랄까. 마지막 공원 산책을 하면서도 혼자 울었다. 택시에서도, 공항에서도, 비행기에서도 눈물이 계속 났다. 울다가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비빔밥 먹고 점점 한국에 가까워지면서 마음도 좀 진정되고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ㅜ_ㅠ 비빔밥의 힘인가.
2. 코로나 해외 입국자 관련 입국 과정
이 과정을 직접 안해보고 검색만 해보고 오려니까 답답한게 많았다. 그래서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나는 한국에서 원래 자취를 했었는데 방을 뺐고, 부모님 댁에도 격리할만한 방이 없어서 방을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부탁을 드려서 단기 방으로 계약을 하려고(직접 보지 않고 1년 계약을 하고 싶지 않았다.) 네이버부동산을 뒤져서 부동산정보를 보내드리고, 부모님이 방을 봐주시고 하는 방법으로 방을 찾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몰라 방을 최대한 단기로 (3개월~6개월 이내) 찾으려고 하다 보니 시세에 비해 월세를 좀 많이 내야 했고, 집주인들도 해외 입국자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요새 원룸 남는 방이 꽤 많아서 이 방법으로 방을 아예 못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던 중 친구 중 한명이 재택근무와 휴가 일정으로 자기 원룸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정말 운이 좋게 시기가 잘 맞아서 내가 월세를 내주고 한 달 간 살기로 했다. 이 부분에서 혹시 자가격리지가 내 명의의 집이 아니라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입국 할 때에 자가격리 주소지에 그 주소를 적으면 자동으로 자가격리지 주소지의 보건소와 구청이 관할지가 된다. 입국 시 그 집이 누구 집인지는 묻거나 따지지 않고 2주간의 격리기간동안 휴대폰 위치추적시 그 주소지에 계속 있으면 된다.
에어비앤비가 되느냐 마느냐로 인터넷에 갑론을박이 많아서 나는 포기했는데, 원룸 에어비앤비의 경우 입국 절차에는 문제되지 않을 것 같고 중요한 것은 사전에 집주인과 꼭 상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가능여부 관련 정확한 문의사항은 지자체에 문의해보시길. 호텔이나 펜션 등 숙박업소의 경우 자가격리가 불가능하다. 아니면 지자체의 지정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하루에 10만원정도 비용이 들고, 하루 세끼를 챙겨준다고 한다.
나는 원래 천식이 있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하는 검역검사에 기침에 체크를 하고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까지는 2시간정도 걸렸고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 까지 호텔로 이송되어 기다린다. 호텔은 그냥 깨끗하고 아무것도 없는 비즈니스 호텔같은 곳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또 비빔밥을 주셨다ㅋㅋㅋ 저녁에 음성 결과를 받았는데도 너무 늦어서인지 그냥 기다리라고 해서 하루밤을 잤다. 이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은 모두 무료였다. 다음날 아침에 음성결과 나온 사람들 다같이 모여서 공항으로 돌아가고 거기서 각 지자체별로 흩어져서 귀가했다. 짐이 너무 많아서 옮길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공무원분들과 군인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그래도 은근 체력소모가 크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증상이 없다면 각 지자체별 보건소로 가서 검사를 받고 집으로 가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나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가는 귀국자 전용 택시를 타고 갔고, 7만원인가 7만 오천원인가를 냈던 것 같다.
자가격리 일자는 처음 귀국한 날 하루를 빼고 14일동안 하면 되는데, 정확히 언제 끝나는 지 모르겠으면 관리하시는 분들이 주는 종이같은 것들을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전화를 가끔 해주시는데 그때 얘기해 주시거나 물어보면 대답해 주신다.
귀국할 때 어플을 두개 설치하는데, 자가격리 시에는 자가격리자 안전보호라는 어플 하나에만 오전 오후 두번 증상을 입력해주면 된다. 11시, 3시였나 아무튼 시간이 정해져있는데 그 전에 안하면 전화오니까 조금 일찍 알람맞춰놓고 입력하시길. 그리고 어플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가끔 위치가 다른 데로 뜬다고 연락이 온다. 그러면 그냥 저 집에 잘 있다고 하고 어플을 한번 껐다 켜면 되는 듯 하다. 배달의민족같은 위치 정보 필요한 어플을 켜면 혼선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뜨끔)
자가격리 물품은 두번이 오는데, 하나는 소독제와 마스크같은 위생용품들이고 하나는 식품과 생활용품 등등이다. 첫번째 것은 그냥 연락없이 방문하셔서 주고 가시고, 두번째 것은 미리 연락이 와서 현금으로 받을 지 용품으로 받을 지 선택할 수 있다. 통장이 없어도 인터넷뱅킹 캡쳐해서 보내면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미 쿠팡에서 시켜놔서 그냥 현금으로 받았다. 지원품을 바로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한 3일~5일정도 이후에 보내주기 때문에 먹을 것이 아예 없으면 안될 것 같다. 쿠팡 와우회원 1개월 무료 체험할 수 있으니 쿠팡으로 하루 이틀 전 주문해 놓는 것도 추천. (광고아님)
첫번째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후 그 뒤로 계속 아무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받지 않고 격리가 종료된다. 두 번 하는 줄 알았는데 바뀌었나보다. 이 부분은 살짝 의아했다.
지원품 위생용품 중에 주황색 쓰레기봉투도 있는데, 자가격리자는 쓰레기를 따로 버릴 수 없다. 지급되는 주황색 봉투에 쓰레기를 다 담아놓으면 2주 후에 수거해간다. 연락이 오면 내집 앞에 내놓으면 되는데, 이때 따로 종량제 봉투를 사서 그 안에 주황색 봉투를 넣어서 배출해야 한다. 그러니 미리미리 쓰레기를 잘 압축시켜서 최소한으로 만들어 놓으시길!
3. 나의 격리 생활 및 귀국 이후
정말 정말 여유로웠고 또 한편으로는 정신이 없었다. 그냥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 계획 세워놓고 그 일정을 따랐고, 중간중간 티비도 보고 운동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격리생활이 아니라 힐링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계속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고민도 많고 머리도 아팠다.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너무 금방 흘렀고, 그 뒤로 가족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앞으로 공부하기로 한 것들 관련해서 알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제 또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런던이 있었고, 런던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영국에서 영어로 일을 구하고 영어로 일을 하고 사람들을 사귀고 했던 것들에 비하면 쉽게 느껴진다는 것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없애주는 것 같다.
런던은 정말 나에게 고마운 곳이었다. 영어를 배우고 자유를 얻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상치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새로운 분야의 지식과 정보들을 알게 되고, 영국 뿐만이 아니라 유럽 각국의 문화를 알게되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었고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또 블로그에 쓴 것 외에 정말 다양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다져진 멘탈과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많은 고민을 거쳐 한국에 오기로 결정 한 만큼, 영국에서의 생각과 결심을 잊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고생했다!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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