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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기록하기/영국 워홀 일기

[영국워홀/YMS] 갑자기 찾아온 워홀 사춘기, 코로나 강제 휴가로 극복

by hobbiz-study 202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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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 한국에 갔다 온 뒤, 갑자기 워홀 사춘기가 찾아왔다.

한국에 가서 오랜만에 사람들도 만나고 집밥도 먹고 한국어만 쓰다가 오니까 너무 편했나보다.

설상가상 다시 돌아온 일터(영어학원)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몰아놨던 일을 겁나 시키고,

자잘한 실수를 하나하나 찾아내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일하는 학원은 시내에 있는 작은 영어학원인데, 나름 역사가 오래되어서 거의 20년을 하고있는 학원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처리 하나당 거의 10~40페이지에 달하는 영문 매뉴얼이 있고, 그런 매뉴얼이 100개는 있는 듯 하다ㅋㅋ

그걸 일하면서 다 읽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매뉴얼 안에 모든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나보다 먼저 일했던 사람들은 내가 일 시작하자마자 그만둬서 내가 또 남을 가르쳐야 하는 왕고가 되었고ㅠ_ㅠ (이노무 일복)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매뉴얼에 맞지 않게 하거나, 매뉴얼에 없어서 그동안 하지 않던 방법으로 하는 경우가 생긴다.

매니저도 출근을 하루에 몇시간만 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물어볼 데도 없고 내가 책임지고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많은데 

한 번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큰일이라도 난 것 처럼 들들 볶는다ㅋㅋㅋ

 

아무튼 또 그걸 버텨내겠다고 매뉴얼을 읽고 또 읽고 좀 불안하다 싶으면 물어보고 

물어보면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거나, 왜 아직도 그걸 모르냐고 잔소리를 듣고 안물어보면 안물어봤다고 잔소리를 듣고ㅋㅋ

나랑 같이 일하는 새로온 스페인 친구도 같이 스트레스로 미쳐가고 서로 다독이면서 겨우겨우 버티며 지내고 있었다.

하루종일 영어로 일을 하고, 또 이전과는 다른 사무용 언어를 써야하고, 오해 없게 완벽히 읽어내고 써야하니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일이 끝나면 여유시간에 하고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또 한국에서 일할 때 처럼 지쳐서 자버리고ㅠ_ㅠ 

그러던 중 내가 몸이 안좋아 먼저 쉬게 되었고, 이제 학원은 코로나 때문에 다음주부터 잠시 문을 닫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미 2주를 쉬었고 또 아마 최소 2주는 더 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2주 쉴 때는 그냥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몸도 안좋다보니까 영어가 갑자기 너무 싫어졌었다.

하루 종일 유튜브로 무한도전 보고ㅋㅋㅋ 달고나 커피 만드는 동영상 보고ㅋㅋ

내가 좋아하는 미드도 보기 싫어서 안봤다.

대신 한국어 책을 좀 읽고, 생각을 좀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졌다.

 

2주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드디어 뭔가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어제는 나랑 같이 1주일 일하고 나를 떠나가버린 선배들(이라 쓰고 배신자들 이라 읽는다) 중 한명이

코로나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다같이 만났다.

내가 우리 매니저 원래 이런사람이냐고 물어보니까

엄청 웃으면서 그사람 원래 그러고 자기는 1년 일했는데도 끝까지 잔소리 듣고 나왔다며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해주었다ㅋㅋ

오랜만에 영어를 쓰면서 웃고 떠들고 즐기니 다시 영어공부도 하고 싶어졌다.

 

아무튼 코로나 때문에 못 돌아다니는 것은 불편하고, 이게 길어질까봐 걱정은 되지만

나한테는 어쨌든 내 시간을 갖고 멘탈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인 것 같다.

이참에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피곤해서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내봐야겠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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