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드디어 런던에서 장기방을 구하고 이사까지 마쳤다.
사실 다른 워홀러들 보면 오자마자 빨리빨리 방 구하고 일 구하고 바쁘게 살던데 나는 정말 여유있게 안바쁘게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마음이 조급하지는 않다.
그 동안 너무 급하고 바쁘게 살아왔던만큼 지금 이 순간은 조금이라도 더 여유를 누리고 싶다.
오늘은 그래서 퇴사 후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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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말 퇴사를 하였고 지금은 2019년 1월 말이 되어가고 있으니 이제 퇴사한 지 거의 6개월이 되었다.
대기업 퇴사일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퇴사 후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나 퇴사 하기 전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해놓고 싶어서였다.
혹시나 나중에 내가 이렇게 힘들어 했던 것을 잊고 퇴사한 것을 후회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또 퇴사 후 다시 새로운 길을 걷는 동안에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기록해 놓고도 싶었다.
막상 퇴사를 하고 마음이 안정되고 나니, 퇴사 한 것을 후회해본 적은 한 번도 없고 너무 잘했다는 생각만 들고 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회사를 다니던 때의 나는, 진짜 나의 모습을 잃고 거의 우울증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 일생각, 회사생각을 하게 되고, 회사에서는 회사에서대로 일과 사람관계와 뒷담화에 지쳐있었다.
지쳤으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괜한 자존심과 오기로 더 일과 사람관계에 파고들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회사걱정 사람걱정이 한순간에 끝나지 않고 생각보다 긴 시간 함께했다.
그래서 퇴사 후 1개월은 집에서 정말 온전히 휴식을 취했다.
생각이 많을 때는 쉴 때 가만히 누워있는다고 쉬어지는게 아니더라...
쉬는 것도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찾은 방법,
그 동안 요리를 거의 못하는 편이었는데, 삼시세끼 찍듯이 매끼 밥을 만들어먹었다.
레시피를 보고 하라는대로 하면 똥손이어도 꽤 맛있는 음식이 된다!
내가 가진 재료를 입력해 놓으면 레시피를 추천해주는 '밥타임'이라는 어플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홍보아님, 관계없음)
아 그리고 내가 못하지만 하고싶었던 것들 중 하나인 댄스학원을 다녔다ㅋㅋㅋ 하지만 몸치는 탈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푹 쉰 후 1개월 후에는 영어권 동남아국가에서 짧게 휴가 겸 어학연수 겸 한달살기를 했다.
친구가 살고있어서 학원도 많이 빠지고 거의 놀았지만, 덕분에 영어로 대화하는 데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거기서 안좋은 일도 많이 겪긴 했는데, 덕분에 영국 가는 것을 더 철저하게 준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자취방을 정리하고 영국 갈 준비를 하고 멘탈도 정리하고 친구들도 만나며 1개월을 보냈다.
당시 개인적으로 좀 큰일이 있어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멘탈이 많이 안좋았고 빨리 떠나버리고 싶어하며 지냈던 것 같다.
떠나는 날까지 실감이 하나도 안났다.
그리고 드뎌 출발 캐리어 무게 싣지 못할 정도로 초과되고 기내용도 개수 초과돼서 기내용 캐리어를 또 부치라고....
부치고 나니 배낭은 너무 무겁고 그 무거운거 매고 북경 환승 후 너무 힘들게 18년 11월 5일 런던에 도착!
후 힘들어....... 뭔고생이야이게........ 하다가, 딱 런던 시내 나오자마자 와 유럽이구나........ 너무예쁘다.........
그 동안 어지럽던 마음이 금방 정리되면서 오랜만에 설렘이란 것도 느끼고 한동안 감성에 취해있었다.
그렇게 잠이 많던 내가 매일 아침 다섯시에 눈이 떠져서 아침마다 나가서 관광을 할 정도였다ㅋㅋㅋ
그 당시 내가 영국에 간다하니 친구들이 유럽여행을 하자고 해서 12월까지 몇개의 유럽여행계획이 잡혀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런던에서 좀 저렴한 방을 잡아놓고 짐을 풀어놓고 학원도 다니다가 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런던 플랏 뷰잉을 일주일정도 하다보니 저렴한 가격의 방은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로 열악했다.
(저렴해봤자 화장실 거실 주방 공용에 거지같은 방한칸인데 한달 500파운드=거의 75만원)
그래도 최소 3개월은 살아야 하는 방인데 그런데에 돈버리긴 싫고... 중간중간 여행가면 거의 3주는 빈방으로 날리는거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차라리 나중에 제대로 구하자' 하고 유럽여행을 먼저 떠났다.
짐은 한인 플랏에 맡겨두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여행을 혼자 다니며 중간중간 여행 오기로 한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두달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올해 1월 초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방을 다시 구하면서 동네를 어슬렁 거리고 관광도 좀 하고 책도 읽고 혼자 영어공부를 하고 쉬엄쉬엄 살다가,
19년 1월 18일 드디어 집 이사를 마쳤고, 오늘은 영국시간으로 1월 20일이다.
결국 퇴사 후 6개월동안 뭔가 많이 했지만 또 딱히 뭐 대단한 걸 한 건 없다.
퇴직금 다 쓸때까진 놀아보자 생각했는데 아직 다 안썼다 헷 (여분의 저축은 따로 있음)
그러니 퇴사 후 그동안 얻은건 약간의 영어회화 실력, 유럽여행의 즐거움, 멘탈의 안정이다.
그리고 이제 퇴사 후 6개월만에 이제야 영국 워홀을 제대로 시작해보려 한다.
혹시 글을 읽으며 '좋아보이니 나도 퇴사해야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아직은 내가 개고생을 안해서 그럴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 주시길ㅋㅋ
여기까지가 30살 퇴사 후 31살이 된 나의 퇴사 후 근황이었다.
퇴사 후 느낀점을 요약하자면
1. 퇴사하길 잘했다. (멘탈적인 부분에서)
2. 월급은 좋은 것이었다. 이제 돈을 벌어야지
3. 퇴사 후 계획을 안세우면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빠르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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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 멘탈이 회복된 만큼 조금 더 알차고 계획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
대기업 퇴사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앞으로는 영국워홀 일기와 공부/취미생활 카테고리를 열심히 적어보도록 하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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