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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기록하기/대기업 퇴사일기

[대기업퇴사일기]7. 30살 영국워홀 부모님 설득과 퇴사 통보

by hobbiz-study 2019.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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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유럽여행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아직 집도 구해야 하고 학원도 구해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지만, 그래도 영국으로 돌아오니 그새 정이 들었는지 반갑고 안정되는 느낌이다.

이제 꽤 지난 일이 되었지만, 오늘은 30살에 영국워홀을 가기위해 부모님을 설득한 이야기와 회사에 퇴사 통보를 했던 내용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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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도 적었지만, 영국워홀 YMS 합격 통보를 받고 내 마음을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부모님을 설득하고 회사에 통보하기가 걱정이 많이 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1. 부모님 설득하기

어머니를 설득하는 것은 쉬울 것 같았고,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굉장히 엄하셔서 크게 반대하실 것 같아 걱정이었다.

아직 일을 하시는 부모님께 그동안 조금씩이나마 드렸던 용돈도 못드리게 될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말씀드려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모님 댁에 가는데, 그날 말씀드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부모님 댁에 갔다.

그날따라 엄마가 늦게오시고 아빠만 계셨는데, 둘이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외식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말하지 하면서 상황을 보고있는데, 아버지가 처음 대화부터 '회사는 잘 다니냐?' 하셔서 그냥 바로 퇴사하려 한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도 놀라셨을텐데 침착하게 '왜 퇴사하려 하는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물어보시길래

회사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나의 계획을 조금 더 포장해서 말씀드렸다.


오랜만에 아버지랑 술한잔 하며 대화한 덕분인지, 아버지도 사회생활 하시다가 자영업을 하시게 된 경험이 있어서 그러셨는지

생각보다 흔쾌히 '나는 응원한다'며 허락해주셨다. 사실 허락이라기 보다 '네가 결정했으니 나는 응원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뒤늦게 어머니가 오셔서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결정에 반대하시거나 말리시진 않으셨고 쉽게 설득이 끝났다.

 

그 때 되게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는데,

우선 부모님이 더 이상 나의 결정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으시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살짝 들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시절 대학 지원할 때 전공선택에서부터, 대학생 시절 자취생활을 결정할때, 어학연수 또는 교환학생, 입사후 돈관리까지

모든 결정에서 나는 부모님과 항상 트러블이 있었고 그런 것들을 설득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면에 갑자기 엄청난 책임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동안 나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부모님이 이제 더 이상 나의 선택을 강요하거나 반대하지 않으신다는 생각을 하니,

앞으로 내가 혼자 선택해야 할 많은 결정들을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 마음에서도 나는 서른살이 되었던 것이다ㅠㅠㅋㅋㅋ

 

2. 회사에 통보하기

회사에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나서 몇 달 후에 통보를 하게 되었다.

당시 나랑 같이 일하던 과장님이 잠시 휴직을 하게 되셔서 내가 조금 빡센 업무를 맡고 있었다.

과장님이 복직하실 날짜를 대충 알려주고 가셔서 그 날짜로부터 한 달 후 정도로 비행기표도 끊고 비자받는 날짜도 신청해 놓았다.

그런데 과장님께서 복직일을 미루게 되면서 어차피 그 과장님께는 인수인계를 못하게 될 것 같고, 차라리 빨리 후임자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 때 마침 팀 내에서 약간의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그 틈에 우선 나의 업무를 총괄하고 계신 차장님께 퇴사할 생각임을 말씀드렸다.

그 다음날 팀장님께 면담신청을 했고, 딱히 꾸며낸 것도 없이 그냥 영국에 워킹홀리데이 가고싶어서 퇴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당시 출국까지 세 달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혹시 회사에 어려움이 있으면 세 달 전부 일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퇴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말씀 드릴때 너무 죄송스러워하며 말씀드렸는데 팀장님께서도 생각보다 깔끔하게 '네 말을 들어보니 어차피 내가 말려도 퇴사할 것 같다' 하시며

'나한테 미안할 것도 없고 회사에 미안할 것도 없고, 가서 보란듯이 잘해내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들, 후배들 모두 다들 잘 결정했다며 격려해주었다.

 

이 때도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우선 곧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너무 후련한 기분이었다.

그 때까지 진짜 '다섯달만 일하면 된다' '네달만 일하면 된다' '10주만 일하면 된다' 이러면서 겨우겨우 참아가며 일을 하고있었고,

회사 임원들이 정말정말 일을 개떡같이 시켜서 회사 분위기도 너무 안좋았고 나 또한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장님께서 인사이동 후 한 달만 더 일하면서 인수인계 해주고 가라고 하셨고, 남은 한 달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기로 했다.

 

또 한편으로 들었던 생각은 '대기업... 들어오기 힘들어도 나가기 참 쉽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의 씁쓸한 마음?

우리 회사는 항상 대리급이 부족했는데 그쯤에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업무만족도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애사심이 생기게 해줬으면 좋았겠다'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뭐 어쨋든 그렇게 나의 퇴사 통보는 나름 깔끔하게 끝났고 퇴사 수순은 어렵지 않았다.

먼저 인사팀에 팀장님이 통보하면, 인사팀에서 인수인계 계획서, 퇴사 신청서, 기기 반납증 등등 몇가지 서류를 작성하라고 주고

나는 그 서류를 작성해서 책임자에게 서명을 받으면 되었다.

 

일을 마무리 하는게 문제였는데 이상한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서 그걸 맨날 야근하면서 다 끝내고, 틈틈이 인수인계서와 공유폴더에 자료 옮겨며 보냈다.

같이 일하는 선배들이 너는 마지막에도 이렇게 일하냐며 불쌍하다고 할 정도였지만, 그걸 잘 마무리 해놓고 뒷말 없이 끝내겠다는 오기로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소소한 뒷말과 책임전가는 나오더라^^;; 회사가 그렇지 뭐ㅋㅋ

그래도 뭐 크게 욕먹을 정도는 아니게 해놓고 왔고, 나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그정도 해주고 왔는데도 못하면 그들이 못하는거다!!

 

그냥 내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인수인계 및 마무리 인사 등등 잘 해주고 오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나중에 없는 사람한테 책임전가하고 뒷말 나오는건 비슷하니 너무 강박관념을 가지고 인수인계를 하거나 너무 대충해서 크게 욕먹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잘 인수인계 해주고 나중에 연락와서 물어보면 몇 번 더 알려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될 것 같다.

한 명 없어도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가더라

 

 

아무튼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중, 그 이유가 부모님이나 회사에 말하기가 죄송스럽고 겁나기 때문인 분들이 있다면,

우선 자신이 정말 여러번 고민하고 확실하게 퇴사를 마음먹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확고한 마음만 있다면 부모님이나 회사에 통보하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 부모님이 반대하시거나, 회사에서 문제가 되더라도 본인이 확실히 결정을 했다면 행동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나중에 '누구때문에 못했어' 하며 후회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없다.

남들이 우리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거나 책임져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후회하지 않을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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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퇴사 후 들었던 생각과 그 후의 일상에 대해 적어보고 대기업 퇴사일기를 마무리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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