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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기록하기/영국 워홀 일기

[영국워홀/YMS] 행복과 여유는 다 내 안에 있다는 사실, 런던에서 깨닫다

by hobbiz-study 2019.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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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달이 흘렀네ㅋㅋ 아 시간 너무 빨리가지마 나 할거 많단말이야ㅠ_ㅠ

지난 한 달은 영국 온 뒤로 제일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런던의 마시모두띠에서 일을 하고 있다.

첫 한 달 동안은 영국아줌마들의 영어, 유럽계 동료들의 영어에 적응하고, 깐깐한 매니저에게 일을 배우느라 꽤나 고생했었다.

그리고 개인별 매출목표를 달성하고 잘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정신없이 일했던 한 달 이었던 것 같다.

그 결과 거의 매일 매출목표의 100~150% 정도는 기본으로 달성했고, 판매 외 잡다한 것들도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걸 위주로 지난번에 포스팅을 했었다.

맨날 잔소리하는 깐깐이 매니저와 내가 판매하고있으면 와서 매출 뺏어가는 호주 아줌마 한명이 제일 큰 스트레스였다.

그 한달의 마무리 단계에서 했던 121이라는 매니저와의 개별 상담을 하고나서, 내가 잘 못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힘이 빠지기도 했다.

 

그 뒤로 또 한달이 흘렀다.

이번 달의 초반에는 베프가 파리에 놀러와서 밤도깨비 여행을 파리에서 하고 파리에서 날아와 아침에 곧장 일을 하러 갔다.

지난번에 썼던 '이제 두근두근 너무 가고싶은 여행만 하기' 결심 후 첫 여행이었다.

3일이지만 사실 만 하루의 여행(일끝나고 파리가서 술마시고-파리 관광-다음날 아침 런던 귀국 후 일하러감) 이었는데

짧아도 너무 즐겁고 알찬 여행이었다. 두근두근 여행 인정!

 

문제는 그 즈음에 발생했다. (여행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닌 것 같음)

그 여행 전후로 일주일정도? 너무 너무 짜증나고 힘이 들었다.

왜인지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옷을 개면서 계속 '아 오늘 그만둔다고 말할거야!!!' 이런 생각을 했던게 기억난다ㅋㅋ

원래 거의 매일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일했는데, 그 주에는 무표정으로 '어디 잔소리해봐 그만둔다고 말할거니까' 이 상태로 일했던 것 같다.

매니저들이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것도 짜증나고, 호주 동료가 하는 짓(남들이 팔아놓은 옷 마지막에 수다 시작한 후 훔쳐가기, 옷 포장지 뜯어서 아무데나 던지기, 다같이 해야하는 일 절대 안하고 쏙 빠지기 등)이 너무 꼴보기 싫었다. 

아, 그리고 잠시 우리 매장에서 일 시작했다가 2주만에 그만둔 한국인 동료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다른매장과 비교하면서 여기 너무 빡세다고 얘기했던 것도 조금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 친구는 다시 일했던 전 매장으로 돌아감ㅠ_ㅠ)

나의 목표는 이 매장에서 3개월이상 일한 후에 다른 일을 찾아보는 거 였는데, 목표고 뭐고 그냥 당장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었다ㅋㅋ

 


 

다시 마음가짐이 바뀌게 된 계기?

 

1. 휴가를 받았다!

어느 날(그 빡쳤던 한 주 중 하루) 피팅룸에 쳐박혀 있었는데, 갑자기 깐깐 매니저가 나보고 사무실에서 잠깐 보자는거다.

잘됐다 싶어 쫄래쫄래 따라갔다. '어디 잔소리를 시작해보시게, 그만둔다고 말할테야!!'

근데 갑자기 나보고 내년 3월까지 21일의 휴가계획을 짜라는 것이다ㅋㅋㅋㅋ 응?

인디텍스에서 계약서 쓸 때 1년에 28일의 유급 휴가가 있다고 계약서에 쓰여있긴 했는데, 사실 휴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내가 일 시작한 날짜부터 계산해서 21일 인 듯)

잉? 나 곧 그만둘건데?...ㅋㅋㅋ

매니저가 "11월은 우리 세일시작이라 너무 바빠서 안썼으면 좋겠고 9월 초에 우선 한 주 썼으면 좋겠어,
이번 주말까지 계획짜서 알려줘. 안 알려주면 내가 랜덤으로 정할거니까 그렇게 알아, 오케?"라고 하며 대화 종료.

그땐 그것도 짜증났다ㅋㅋ 내가 아직 안 알려준것도 아닌데 왜 랜덤으로 짠다만다 저 따위로 말하지?

암튼 그러고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남은 한 달 빠짝 일하고 번 돈으로 휴가갔다와서 그만둬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닼ㅋㅋㅋ

그래서 조금 더 다녀보기로 결심했다ㅋㅋㅋ 아 타이밍

 

2. 호주 아줌마 = 또라이 천사

휴가를 쓰기로 하고 한달 더 다니기로 결심했지만, 매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그대로였다.

왜냐하면 호주아줌마가 하는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팔아놓은거 훔쳐가는걸 넘어서, 내가 팔고있으면 와서 방해를 하기 시작하는데ㅋㅋㅋ

예를 들면 어떤 손님이 발볼이 넓어서 한 사이즈를 크게 신는데 (나도 한 사이즈 크게 신음),

그 손님이 한 사이즈 큰 사이즈에 만족하고 "이거 마음에 든다, 되게 편하다. 이거 나한테 너무 큰거 아니지?' 이러면서 나한테 질문을 했는데

갑자기 굳이 와가지고는 "그거 너한테 너무 커! 나 같으면 그거 안사" 이러고 감ㅋㅋㅋ

이 정도면 싸우자는거 아닌가? 왜 또라이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인가요? 과학적으로 증명해볼만한 연구주제인 것 같다ㅋㅋㅋㅋ

암튼 이런 사람을 상대하려니 진짜 너무 짜증이나고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였다.

 

나는 스트레스 받거나 고민이 생기면 남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보다는 책을 읽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썼었지만 영국에서는 특히 한국책 구하기 어려워서 '밀리의 서재'라는 어플을 애용하고 있다. (광고아님ㅋㅋ) 

이번엔 어플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보게된 요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제 탓인가요?'- 로베르트 베츠

사실 이런 자기계발서가 항상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이걸 쓰는 사람들이 다 근심걱정 없는 현자들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본인들의 마음을 정돈하고 평화를 찾으려 노력하는지 엿보는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 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화가 나있었다. 왜냐하면 책 소개부터 화가나!!

"나를 화나게 하는 그 사람, 나를 괴롭히고, 나를 속이고, 나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필요할 떄 나를 이용만 하는 그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를 위해 나타난 내 인생의 천사입니다."

화가 나지 않는가?ㅋㅋㅋ 내용도 뭐 상상하는 대로, 그런 익숙한 내용이다.

근데 그냥 이 책을 읽으며, 남들 탓만 하며 하루를 망치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인생은 하루하루가 모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나와 의견이 맞는 사람도 있고,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랑 성향이 비슷한 사람도 있고, 성향이 다른 사람도 있다.

나의 하루를 남들이 망칠 수 있게 만든다면, 남들때문에 내 인생도 망가질 수 있다. 내 하루하루를 내가 의도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물론, 개인적으로, 나와 너무 다르거나, 나를 의도적으로 괴롭히거나,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과 회사를 떠난 1인ㅋㅋㅋ

한국에서 회사생활은 나의 또라이 사수와 하루 종일 같이 앉아서, 내 상사가 집에 가라고 할 때까지, 끝날 수 없는 일이 끝날 때까지 남들에 의해서 내 하루가 좌지우지 되는 삶이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 내 마음만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ㅋㅋㅋ

하지만 여기는 또라이 아줌마를 제외하면 착한 동료들이 많고, 붙어서 일을 하지 않는 개인 플레이이며, 정시가 되면 일이 끝난다!
(혹시라도 10분이라도 일을 더하면 오버타임으로 적어놨다가 돈을 더준다)

그래서 내 마음가짐이 바꾼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졌다!

 

  • 다시 웃으며 일하기로 결심했다.

: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것은 사실일까 아닐까. 아무튼 다시 웃기 시작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매장에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일하는게 멘탈에 엄청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호주아줌마=또라이천사

: 호주아줌마에게 나부터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종종 웃으며 근황을 물어보거나 칭찬을 해주거나 농담을 시작했다.

  • 다른 동료들을 더 도와주고, 너무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 착한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나 혼자 엄청 잘해서 인정받겠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착한 동료들 도와주기. 너무 정신이 없을 때는 잠시 멈춰서 심호흡 하고 천천히 하기. 내가 확실히 팔지 않은 건은 내 판매로 잡지 않기.

 

어찌 보면 답답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런 노력을 한 덕분에 나는 너무 행복해졌다.

그리고 애쓰지 않으면 판매를 많이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판매가 그렇게 많이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트레스는 반의 반으로 줄었지만, 매출목표는 계속 비슷하게 달성중이다.

호주아줌마는 뭐 많이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거지만, 최소한 이젠 대놓고 날 방해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려려니 하고 냅두니 분노가 사라졌다ㅋㅋ

 

 

3. 깐깐이 매니저 안녕~

급뉴스였다. 나를 이 매장에 픽업해온 깐깐이 매니저가 다른 매장인지 다른 부서인지 아무튼 어딘가로 가게되어 곧 그만둔다고...

'이 매니저만 없으면 훨씬 편할 것 같아!!' 항상 이렇게 생각했는데, 진짜로 떠난다니... 시원<섭섭했다.

그동안 나름 미운정고운정 들었나보다ㅜ_ㅜ 하지만 일이 편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ㅋㅋ

잘 되어서 떠나는거라고 하니 거기서도 깐깐하게 잘하길 바라! 엄청 예쁜 깐깐이 매니저 안녕! 덕분에 많이 배웠다. 고마웠어!

 

아무튼 이러한 변화들 덕분에 나는 이 매장에서 적어도 한달은 더 일을 하기로 결심했고, 행복해졌고, 그 한달이 지나갔다.

 


 

어제 또 한번의 121 (개인면담)을 했는데,

마침 이날 우리매장에서 젤 비싼 999파운드짜리 무스탕이 우리매장에 온 지 한 달 만에 내가 처음으로 팔아서 다같이 춤추고 신났던 날!

이번 면담에서는 나 엄청 잘하고 있고 나랑 일하는게 너무 해피하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칭찬폭풍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너희들은 나의 행복에 관여할 수 업써. 내 행복은 내가 만들어간다! 훗

 

지금까지 두 달 동안 일을 했고 다음주에 한주 더 일하고 나면 주말과 휴무를 붙여서 총 9일의 휴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영국에 워홀 온 것 만으로도 나에겐 이미 휴가인데 휴가 속 휴가라니 신이난다!

그 주간이 추석 연휴이기도 해서 한국인들 많이 올 것 같아, 한국인들 잘 안가는 스페인의 휴양도시에서 호캉스 할 예정 히힛

휴가 기간동안 이제 어떻게 살 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려고 한다.

 

남은 기간도 행복한 하루하루 만들어가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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